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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토픽이슈

2011 총선, 캐나다는 무엇을 선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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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캐나다에 살면서도 대체로 정치, 선거에 무관심한 편이지요'

 

저희 부부도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를 했습니다. 시민권 딴 뒤로 몇 차례의 선거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기권하다 가게 손님들 때문에... 하하. 여기 사람들은 참 특이하더군요. `누구를 찍을 것이냐' 같은 질문은 거의 하질 않습니다. 따라서 논쟁도 별로 하지 않고요.

 

다만 `투표할 것이냐' 라고 묻는 사람은 아주 많아요. 지난 선거 때는 어떤 손님에게 솔직하게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고 했더니 그가 매우 실망한 정도를 넘어 화를 내는 듯한 표정을 짓더군요. 당황했지요. 그런데 그 손님이 그 뒤로 안 오는 겁니다. 아차 싶었지요. 손님을 한 명 잃은 것도 (1년 정도 지난 뒤에 다시 오기 시작했지만) 아까웠지만 부끄러웠습니다. 캐나다 시민권자로서 투표를 안했다는 게 말이지요.

 

그런 캐나다 시민들도 투표를 자주 하는 것은 당연히 원하지 않습니다. 첫째 돈이 많이 들어서지요. 총선 한 번 하는 데 3억달러가 들어갑니다. 대부분 국민 세금이지요. 이걸 지난 10년 동안 한 해 걸러 하다시피 했어요. 정치가 불안정해서 그렇지요. 여당은 과반수가 못되고 야당이 난립, 소위 `여소야대'를 이루니 조용해진다 싶으면 의회가 해산돼 또 투표를 하는 일이 반복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 불황이 닥쳤지요. 그리고 이번에 다시 총선을 하게 됐습니다. 스티븐 하퍼의 여당(보수당)은 이걸 노려 총선 승부수를 던진 듯하고 유세 기간 내내 `안정과 다수당'의 필요성을 역설했어요. 경제가 좋지 않고 야당, 특히 자유당은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정파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한 거지요.

 

오늘 새벽에 나온 2011 5.2 총선 결과는 그 전략이 다수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었음을 보여 주는 수치입니다.

 

 

167 : 102 : 34 : 4 : 1

 

보수당 (Conservative Party) - 과반수 이상 확보로 마침내 다수당 (Majority) 지위 획득

신민당 (New Democratic Party) - 기존 의석보다 3배 많아져 공식 야당 (Official Opposition) 으로 부상

자유당 (Liberal Party) - 34석밖에 얻지 못하는 참패로 제1야당에서 소수당으로 전락

블록 퀘벡코아 (Bloc Quebecois) - 텃밭인 퀘벡에서 몰락, 4석에 그침으로써 원내 교섭단체 유지마저 불안

녹색당 (Green Party) - BC 주에서 1명의 당선자(당대표 Elizabeth May)를 내 원내 진출 성공


 

위 요약에서 보듯 캐나다는 최근까지 4개 주요 정당이 있었는데 이번 선거로 사실상 양당제 (Two Party System) 가 되게 됐습니다. 여러 정당이 의석을 나눠가져 서로 싸우는 데 피로감을 가진 표심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선거가 으레 그렇듯 작금의 경제난이 그런 생각을 더욱 굳게 했을 것이고요.

 

이번 선거 결과는 또 보수 정당과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나란히 어깨를 겨루고 캐나다 의회를 장악하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향후 정치, 노동 문제와 복지, 환경을 비롯한 진보적 이슈들을 어떨게 풀어나가게 될지도 주목의 대상이 됐습니다.

 

여하튼 보수당이 5년 만에 다수당이 됨으로써 앞으로 변수는 있을지언정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2015년 10월에 예정돼 있는 다음 선거 지정일까지 연방 총선은 없게 됐습니다. 보수당이 4년 반 동안 캐나다를 `한 방향으로' 리드하게 된 거지요. 그 방향이 캐나다의 서민, 우리 이민자들에게 좋은 것이었으면 합니다만...

 

캐나다 사람들의 이같은 표심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당이 자유당과 블록 퀘벡코아이며 자신들의 노력 반 어부지리 반으로 신민당이 약진을 하게 됐지요.

 

자유당은 지난 세기 중 상당 기간을 캐나다의 통치 당으로 군립했는데 84년 트뤼도 수상의 퇴진과 함께 부진을 겪어 오다 이번 선거에서 당의 분열, 정체성의 위기로 대패를 했습니다.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었던 퀘벡커, 캐쏠릭, 이민자 들이 대거 신민당 (퀘벡, BC 주) 과 보수당 (온태리오, BC 주) 으로 옮겨 감으로써 그렇게 된 거지요.

 

블록 퀘벡코아는 `국가 분리주의자' 로서 캐나다 내 다른 주들에서는 눈에 가시인 데 반해 퀘벡 주에서는 한창 주가를 올렸습니다만 이번에 소멸 직전의 운명에 처하게 됐습니다. 독립운동(Sovereighnity Movement)의 변화를 바라고 있던 퀘벡 주민들이 당 대표 TV 토론회 이후 완전히 돌아서 `홧김에' NDP 후보들에게 무더기 표를 줬다는 분석이군요.

 

퀘벡 주의 한 선거구에서는 불어도 잘 하지 못하는 NDP 의 Ruth Ellen 이라는 Mcgill 대학 출신의 한 여성 후보 (직업이 Assistant Bar Manager, 즉 오타와의 한 대학가 술집의 부 매니져) 가 출마한 뒤 라스 베이거스에서 휴가를 보내는 등 선거 운동을 포기하다시피했어도 당선될 만큼 굴욕적인 참패를 했지요. 그러나 퀘벡 주내 독립운동 움직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을 전문가들은 하고 있군요. 거기엔 또 Parti Quebecois 란 당이 있어서 나라를 쪼개자는 운동의 바톤을 이어받을 모양입니다.

 

NDP 의 약진은 이미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감지됐었지요. 그러나 그 최종 결과에는 본인들도 무척 놀란 표정입니다. 콧수염이 트레이드 마크로 토론토 시의회와 시청 내 좌파 출신인 당 대표 Jack Layton 의 인기도 좋았으나 교수 정치인인 자유당 Mechael Ignatieff 가 워낙 죽을 쒀 상대적으로 이익을 본 측면이 있습니다.

 

NDP 는 원래 학생, 진보 지식인, 히피 등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사회주의적 정당인데 세월과 함께 그 이미지가 퇴색되고 합리적 야당으로 이번에 탈바꿈(?)하면서 또 보수당의 전략적 희생양 만들기로 자유당이 `분열의 책임자' 로 지목됨에 따라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됐습니다.

 

특히 퀘벡 주의 `반란'에 힘입어 제2야당에서 일약 `공식 야당' (여당의 공식적인 카운터 파트로 인정받으며 다른 군소 정당들은 사실상 대화 상대에서 배제됨) 의 지도자가 된 이번 선거의 영웅 Jack Layton 은 승리 연설에서 "유권자는 공중 보건, 은퇴 안정, 가계 균형의 강화에 표를 줬다"면서 "그리고 그들은 또한 해묵은 논쟁과 정치 놀이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네요. 민심을 바로 읽은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야당 대표답게 "그러나 우리는 보수당 정부가 잘못된 길로 들어선다면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약속했군요.

 

The New Democrat leader said Canadians voted Monday to strengthen public health care, retirement security and help families make ends meet. "And you voted to end the same old debates and political games," he told the crowd. But he also vowed his party would oppose the Conservative government "with vigour if it is on the wrong path."

 

이상 이번 총선을 통해 본 캐나다 정치 개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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