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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만나 연애할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으로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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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하는 호감 표시와 예기치 않은 다이렉트 메시지를 믿어도 될까? 정보화 시대에 따른 소통 방식으로 봐야 할까? 과연 SNS로 만나 연애할 수 있을까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내 경험담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2년 전, 인스타그램으로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

돋보기에 내 이상형인 여성이 자꾸만 떴다. 단발 웨이브 펌, 줄무늬 티셔츠가 잘 어울렸다. 

빈지노의 재지 팩트 음반을 명반이라 자부하는, 파스타 대신 삼겹살을 즐겨 먹는 아이. 셀카는 잘 찍어도 음식 사진은 못 찍는 아이였다. 

가끔 잡지를 읽고 주말 아침마다 <영화가 좋다>를 챙겨보는. SNS를 통해 엿본 그런 소소한 면들이 귀엽게 느껴졌다. 

몇 번 ‘좋아요’를 누르다가. 댓글을 남겼고. 조금 더 용기를 내서 DM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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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 이태원에 사는 30대 초반의 남성입니다. 잡지사에 다니고 있어요. 이상한 사람은 아닙니다. 

불쑥 이렇게 연락드려서 당황하셨겠지만 SNS를 보니 저와 관심사도 비슷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용기를 냈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을 거다. 그 어떤 칼럼보다 한 자 한 자 고심해서 썼고, 편집장님께 첫 원고를 제출할 때보다 가슴이 떨렸다.

 그녀는 생각보다 털털했다. 서로 번호를 주고받았고 거의 매일 연락했다. 그리고 2주 뒤,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1년이 넘도록 제법 진지하게 만났다.


구체적인 혼담이 오간 건 아니지만 각자의 부모님과 저녁식사를 몇 번 했을 정도로 미래에 대한 밑그림은 그리는 사이였다. 

우린 어이없게도 사소한 말다툼으로 헤어졌다. 만난 건 온라인이지만 이별은 오프라인에서 했다. 눈물의 포옹,

 “그동안 즐거웠다”며 지지리 궁상까지 떨었으니 우리의 연애는 보통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 무렵, 주변에도 SNS를 통해 연인이 되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렸다. 다른 친구는 우려했던 일로 헤어졌다. 

남자가 시도 때도 없이 다른 이성에게 DM을 남발했던 것. 그는 자신의 SNS를 ‘틴더(Tinder)’ 같은 소개팅 앱처럼 이용하고 있었다. 

 이건 병이다. 이런 놈들 때문에 SNS에서의 호감 표시가 점점 부정적인 인식으로 변해갔다. 

SNS를 통해 원나잇할 사람을 찾는, 분리배출을 해야 할 것 같은 놈들이 제일 문제다. SNS에서의 호감 표시가 탐탁지 않은 건 익명성 때문이다.

        


그 뒤에 감춰진 것이 진심인지, 엉큼한 흑심인지 알 길이 없다. “나한테 DM을 보냈듯, 이 사람 저 사람 다 찔러보는 것 같아서 싫어.

” SNS를 통한 접근을 늘 차단하는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사람은 꼭 SNS가 아니더라도 오프라인에도 많다. 

새벽 2시에 “자니?” 뜬금포 연락을 한다든가 시도 때도 없이 번호를 따는 문어발식 멀티플레이어. ‘어차피 주변에도 많으니

 그러려니 하고 만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선 DM은 단순한 호감 표시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게 좋다. 

대화를 좀 나눠보고 이건 아니다 싶으면 차단해도 될 일이다. DM을 보내는 게 쉬운 만큼 당신도 그 사람의 사인을 무시하는 건 쉬우니까.

 많은 이들이 SNS 댓글, DM을 받고 “대체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걸 안다. 

하지만 당신이 올린 #Selfie를 보고 당신의 외모를, 당신의 #ootd를 보고 패션 감각을, #먹스타그램을 보고 음식 취향을 알 수 있다. 

닭발에 소주를 좋아하는지, 치킨에 맥주를 즐겨 먹는지. 금요일 밤 이태원의 프로스트를 가는지,

 집에서 책을 읽는지 등. FBI 급 수사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단지 피드 몇 개만 올려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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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당신이 찍고 선별해서 올린 거다. SNS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당신 역시 상대방의 피드를 보고 이상하다 싶으면 과감하게 무시하면 된다. 

적어도 나는 진심이었다. 누군가를 만날 때 의심이 든다면 신원이 확실한 결혼 정보 회사로 가야지 뭐. 

아는 사람 소개로 만났어도 안 좋은 경우가 허다하니까. DM을 통한 연애가 요즘 젊은 것들의 문화라지만 생각보다 오래됐다.


천리안, 다모임, 버디버디, 지니, 세이클럽, 싸이월드 등.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조선시대에도 담장을 넘어 서신을 전달했으니 그 방식만 시대에 따라 바뀌었을 뿐이다. SNS로 연인이 될 수 있을까? 

경험자로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결정은 ‘한 번 만나보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가벼워 보여도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은 진심일 수도 있는 거니까. 언제나 그랬듯, 진심은 때로 통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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