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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독주, 한국어의 쇠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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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독주, 한국어의 쇠퇴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언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언어로 기록된 지식이나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거나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 유리하게 된다. 특정 언어로 축적된 정보와 지식은 시간이 가면서 독점적인 자리를 굳혀가고, 그 언어 역시 넘볼 수 없는 지위를 갖게 된다.

 

이 같은 언어로 영어를 드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을 듯 하다. 경제, 문화, 사회,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전망이며, 이는 다른 언어의 상대적인 소멸을 촉진시킬 정도로 강력할 것이다. 물론 미국의 지배적인 위치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다른 분야도 비슷하겠지만 국내 출판계의 경제, 경영 분야에서 영어의 독주는 압도적이다. 웬만한 베스트셀러 중 영어로 씌어지지 않은 책은 드물다. 번역물의 대부분도 영어권 저서이다.

 

이처럼 영어 중심의 지식 생산이 일반화 되고 있으며 자연과학이나 공학 분야에서도 미국은 지식과 정보를 발신하는 지식발전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영어를 대신할 언어가 등장할 수 있을까? 한국어와 같은 민족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지식 생산의 중심을 차지하는 한 영어는 앞으로도 세계어로써의 막강한 영향력을 더욱 높여갈 것이다. 다른 언어의 상대적인 쇠퇴는 불가피할 것이며, 다른 언어의 사용자 또한 불이익을 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미래가 어떻게 다를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생존을 좌우하는 모든 선택이 그러하듯, 경제논리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개인적인 선택에서는 누구든 좀 더 솔직해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믿음이나 전망, 선호를 그대로 드러내게 된다. 웬만큼 교육받고 해외시장을 접해 본 사람들에게 “만일 당신이 자녀에게 언어를 선택해 줄 수 있다면, 어떤 언어를 선택해 줄 것인가?”,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언어 위에서 당신의 직업을 구축해 가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했을 때, 어떤 답이 돌아올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

 

오늘날 한국에서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고 국제 흐름에 대한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자녀의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내리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철두철미하게 경제적인 접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언어란 한 개인이 평생을 통해서 내릴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투자 결정 가운데 하나이며, 그 결정은 두고두고 삶의 질에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어와 같은 민족어는 영어를 전달하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지식의 창출자가 아니라 지식의 매개자 역할에 머무는 언어는 상대적으로 쇠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글로벌 경쟁시대, 영어는 생존의 도구다. 

2002년, 유네스코는 90쪽 분량의 보고서 [세계 사멸위기 언어지도]에서 현재 6,000여 개의 언어 가운데 90%가 100년 후에는 사멸하리라고 예상했다. 언어는 사용인구가 최소 1억 명을 넘고 국력이 세계 10위권에 들 뿐만 아니라 정부가 두 가지 언어 또는 다언어정책을 펼 때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였다. 살아남는 데 성공한 언어들조차 언어사용자로부터 영어에 비해 위상이 낮아지는 현실을 피할 수는 없을 듯 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 최고경영자인 K씨는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희들이 뉴욕에 있는 I사와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출장길에 미국 측 실무자들을 만나서 ‘우리 연구진들이 일을 잘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지요. ‘스마트하고, 부지런하다는 점에서 손색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언어소통에 큰 문제가 있습니다. 회의에서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손해를 보게 되고 일감을 잔뜩 떠 안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자연히 일의 진행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고요.’ 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런 일화를 들려주면서 K씨는 자신의 방침을 이렇게 전했다.

“저는 임직원들에게 누누이 이야기합니다. ‘우리도 충분히 영어를 잘할 수 있다. 이제부터 노력을 해서 컨퍼런스 콜 정도를 능숙하게 할 수 없다면, 아무리 유능해도 임원까지 갈 수는 없다.’ 라구요. 정말 영어는 평생 지고 가야 할 부담이 되었습니다. 기업의 활동이 글로벌화되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매우 구체적인 계획 아래 2008년부터 영어를 공용화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환경에 노출되기 시작한 우리사회는 경쟁력이라는 면에서 영어를 다시 볼 수 밖에 없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이미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단지 감정적인 불편함을 넘어서 영어 때문에 승진이나 다른 기회에서 손해를 본 경험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10년 이상 일해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영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의무 사항이다. 시간이 갈수록,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중심으로부터 소외되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언어란 한 인간에게 운명과 같은 것이다. 받아들이기 가장 좋은 시기에 언어에 투자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 언어영역이 한창 성장중인 시기에 민족어에 전부를 투자해 버린 사람들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세계어를 구사할 수 없는 사람들은 정보나 지식으로부터 소외될 뿐만 아니라 행동반경 역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수의 대학교수들과 ‘교육특구’ 로 여겨지는 강남의 일부 부모들이 자녀의 유학에 그토록 열심인 이유는, 언어에 대한 투자가 개인의 일생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농민이건, 어부이건, 혹은 직장인이나 사업가이건 능숙한 언어 구사는 그만큼 풍부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며 선택의 폭을 넓히는 일이다.





영어 교육의 혁명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얼마 전 모교의 도서관에 들러 몇 시간 머물 기회가 있었다. 20 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는 없어 보였다. 책상 위에는 각종 시험을 대비한 영어책들이 빠짐없이 놓여 있었다. 이들이 보다 일찍부터 영어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창 공부해야 할 때 수험용 영어가 아니라 학문에 몰두할 수 있다면, 개인이나 국가 전체 면에서도 상당한 성취가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평생 동안 청소년기에 사용할 수 있는 학습 시간도 제한되어 있다. 자원의 유한성이란 면에서 보면, 일찍부터 영어를 배워 시간당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보다 일찍 영어의 부담을 덜어버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평생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면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모두 똑 같은 교육을 받고 똑같이 입시를 통과해야 하는 한국에서 여유 있는 집 아이들은 저마다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평등을 지향하는 정책들이 실제로는 보호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다는 사실이다.

 

한국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명확하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학교를 대폭 늘리는 일이다. 대학 뿐 아니라 초, 중, 고교 모두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언어 선택의 자유를 주는 일이다. 이것은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유학하지 않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이 땅에서 충분히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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